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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16 [20:16]
대서양의 이상 신호, 기후위기의 경고음-북대서양 해수면 온도 급등과 ‘해양 폭염’의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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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서양 해류의 흐름도 |
2023년 북대서양은 기록적인 수온 상승을 경험했다. 위성 관측과 기후 데이터에 따르면 이 지역의 해수면 온도는 평년보다 수 도 이상 높게 치솟으며 수백 일 동안 해양 열파(marine heatwave)가 이어졌다.
연구진은 이 같은 현상을 대기-해양 간의 열 교환 과정에서 찾는다. 대기에서 바다로의 에너지 전달이 급격히 늘어난 결과, 표층 해수가 예년보다 빠르게 가열된 것이다.
유럽의 기후 감시 기관인 코페르니쿠스(Copernicus)는 북대서양이 525일 이상 지속된 장기 해양 폭염을 겪었다고 분석했다. 이로 인해 플랑크톤부터 어류, 해양 포유류까지 바다 생태계 전반이 심각한 충격을 입었으며, 연안 지역에서는 어획량 급감과 수산업 위기로 이어졌다.
단순한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기후변화가 만든 구조적 이상이라는 점에서 우려는 더 커졌다. 기후학자들은 이 해양 폭염을 “지구 온난화의 가속 신호”로 규정하며, 앞으로 이러한 현상이 빈번해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해양 폭염은 바다의 온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는 대기를 다시 가열하고 극심한 폭염을 유럽과 북미 대륙에 전이시키는 메커니즘으로 작동한다.
해양의 비정상적 고온은 열과 수분을 대기권으로 방출해 폭풍과 허리케인을 강화시키고, 국지적 폭우와 가뭄을 동시에 불러오는 ‘양면성’의 재해를 발생시킨다. 실제로 2023년 이후 북대서양에서 발생한 허리케인은 에너지량이 평소보다 10~20% 높았다는 보고가 나왔다. 이는 바다가 지구 기후 시스템의 ‘열 저장고’ 역할을 하는 만큼, 해양의 이상은 곧바로 인류의 생활 환경으로 반영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 ▲ 대서양 자오선 순환의 붕괴 가능성에 대해 과학자들은 논의하고 있는데 이 급격한 냉각이 대서양 자오선 순환(AMOC)의 붕괴와 관련이 있을 수 있어(사진=MBC 유투브 화면 캡쳐) |
북대서양의 또 다른 이상 신호는 바로 AMOC의 약화다.
AMOC(Atlantic Meridional Overturning Circulation)는 따뜻한 적도 해수를 북쪽으로 보내고, 냉각된 심층수를 남쪽으로 흘려보내는 대규모 해류 시스템이다.
이 흐름은 지구 기후의 ‘심장 박동’과도 같아, 유럽의 온화한 겨울을 보장하고 아프리카와 남미의 강수 패턴을 조절하며, 북미 해안의 해수면 높이까지 결정짓는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최근 연구는 이 중요한 순환이 지난 1,600년 동안 가장 약한 상태에 놓였다고 지적한다. 온실가스 배출과 지구온난화로 인해 북극 빙하가 녹아내리며 담수가 대거 유입된 결과, 해수의 염분 농도가 낮아져 밀도 차이가 약해지고, 이는 곧 심층 순환을 약화시키는 원인으로 작동한다.
영국과 덴마크 연구진이 발표한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현 추세가 지속될 경우 21세기 중반 이전에 AMOC이 붕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단순히 북대서양만의 문제가 아니다. AMOC 붕괴는 유럽 전역에 급격한 한파를 불러오고, 아프리카 서부에는 극심한 가뭄을, 남미 아마존에는 생태계 붕괴를 촉발하며, 미국 동부 해안에는 예상보다 빠른 해수면 상승을 유발한다.
대서양 한가운데 나타난 ‘cold blob(냉수 지역)’ 현상 역시 이러한 AMOC 약화의 징후로 해석된다. 연구자들은 “대서양의 심장이 멈출 경우, 지구 기후는 예측 불가능한 상태로 들어설 수 있다”고 경고한다.
AMOC의 약화는 또한 기후변화의 자기증폭 메커니즘을 보여준다. 해류가 느려지면서 북대서양의 열 흡수 능력이 줄어들고, 이는 다시 대기 온도를 높여 빙하 융해를 가속화한다. 결국 순환이 더 약해지고 담수 유입은 늘어나며, 악순환이 반복되는 구조다. 기후 위기의 전형적인 피드백 루프가 대서양에서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 ▲ 유럽이 폭염으로 타들어가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옥수수 수확량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
대서양의 이상 현상은 결코 지역적 문제가 아니다.
대기와 해양은 긴밀히 연결되어 있어 한 지역의 수온 변화가 전 세계 기후 패턴에 파급효과를 일으킨다. 실제로 북대서양의 해양 폭염과 AMOC 약화는 북반구 중위도 지역에서 폭염과 한파, 폭우와 가뭄을 동시에 강화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
2023년 여름, 유럽은 기록적인 폭염에 시달렸고, 같은 해 미국 동부는 예상보다 빠른 해수면 상승으로 해안 도시들이 잇따라 침수 위기를 겪었다. 이는 북대서양에서 시작된 이상 수온과 해류 변화가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 사례로 꼽힌다.
또한 대서양의 변동은 열대성 폭풍과 허리케인의 강도에도 직결된다. 더 뜨거워진 해양은 폭풍의 에너지를 키우고, 강수량을 극단적으로 늘리거나 줄이는 방식으로 전 세계 농업과 식량 안보에 타격을 준다.
특히 아프리카 사헬 지대와 아마존 열대우림은 대서양 수온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지역으로, 기후 변화의 충격파를 가장 먼저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대서양의 변화는 지구 기후 시스템 전체의 불안정성을 상징한다”며, “이는 기후위기의 전 지구적 본질을 가장 잘 드러내는 사례”라고 설명한다.
나아가 대서양의 이상 현상은 국제 정치와 경제에도 영향을 미친다. 해수면 상승으로 해안 도시의 인프라가 위협받고, 허리케인 피해 복구에 수천억 달러가 투입되는 상황은 각국의 재정 부담으로 직결된다.
또한 식량 생산 지역의 강수 패턴이 불안정해지면서 국제 곡물 가격이 요동치고, 이는 글로벌 경제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결국 대서양의 위기는 단순히 과학적 현상이 아니라, 인류의 생존과 직결된 정치·경제·사회적 문제라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한다.
이처럼 북대서양의 해수면 온도 급등, AMOC의 약화와 붕괴 가능성, 그리고 대기-해양 연결을 통한 전 지구적 파급효과는 기후위기의 총체적 위기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대서양은 지금 인류에게 명확한 경고음을 보내고 있다. 해양은 더 이상 ‘무한한 흡수원’이 아니며, 기후위기의 최전선에서 이미 균열을 드러내고 있다. 대서양의 이상을 단순한 과학적 사건이 아니라 지구 전체의 생존 위협으로 인식하고, 근본적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