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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과 남아프리카, 기후위기의 최전선

남극 빙하, 해수면 8미터 상승의 경고음

남아프리카, 극한 홍수와 국가적 재난 선포

에너지 전환과 정의로운 전환의 갈림길

전용현 기자 | 기사입력 2025/09/03 [09:05]

남극과 남아프리카, 기후위기의 최전선

남극 빙하, 해수면 8미터 상승의 경고음

남아프리카, 극한 홍수와 국가적 재난 선포

에너지 전환과 정의로운 전환의 갈림길

전용현 기자 | 입력 : 2025/09/0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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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극 빙벽이 점 점 더 없어지고 있다    

 

남극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전 세계 기후 위기의 최전선에서 각각 다른 형태의 재난과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최근 국제 학계와 주요 언론이 전한 소식에 따르면, 남극 대륙은 인류가 돌이키기 어려운 임계점에 다다르고 있으며, 남아프리카는 극한 기후재해와 동시에 에너지 전환과 사회적 충격이라는 이중의 과제를 떠안고 있다.

 

먼저 남극의 상황은 과학계의 경고음이 한층 더 커진 것을 보여준다. 네이처 학술지에 발표된 연구는 남극 대륙과 주변 해역이 인간이 촉발한 기후변화로 인해 ‘급격한 체제 변화’의 문턱에 다다랐다고 지적했다.

 

남극 빙하와 해류,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살아가는 생태계는 이미 기존 질서를 잃어가고 있으며, 이 같은 변화가 가속화될 경우 세계 주요 해안도시는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침수 위기를 피할 수 없게 된다.

 

특히 동남극의 토튼(Totten)과 니니스(Ninnis) 빙하가 주목된다. 최근 해저 탐사에서 두 빙하 아래에 깊은 해저 협곡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는데, 이곳을 통해 따뜻한 바닷물이 빙저로 유입되며 붕괴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두 빙하가 무너질 경우 해수면은 최대 8미터 이상 상승할 잠재력이 있다고 분석한다. 이는 기후변화 대응 모델의 신뢰도를 높이는 동시에 전 세계 정책 입안자들에게 위기 대응의 긴급성을 강하게 환기시키는 신호탄이다.

 

반면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이미 기후변화가 야기한 극한 재해를 정면으로 경험하고 있다. 지난 2025년 6월, 동케이프(Eastern Cape) 지역을 중심으로 기록적인 폭우와 강풍, 심지어 눈까지 동시에 덮치면서 대규모 홍수가 발생했다. 철수 중이던 학교 버스가 급류에 휩쓸리며 학생과 교사가 목숨을 잃었고, 수많은 가옥과 도로, 교육시설이 붕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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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극항로 개척은 기후위기의 아이러니다.    

 

공식 집계에 따르면 사망자는 100명을 넘어섰으며 수천 채의 주택이 파괴되고 수천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정부는 이 사태를 국가 재난으로 선포했지만, 피해 주민들의 상실감과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연구진은 이러한 재해가 단순한 자연 현상이 아니라 기후변화로 악화된 결과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2022년 더반(Durban)에서 발생했던 홍수 역시 최근 연구에서 기후위기가 피해 규모를 훨씬 증폭시켰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남아프리카 정부는 제도적 대응에도 나서고 있다. 2024년 의회를 통과한 ‘기후변화법(Climate Change Act, 2024)’은 2025년 2월 공식 발효됐다.

 

이 법은 국가와 지방정부, 지방자치단체 모두에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 적응 계획 수립을 의무화하고, 대통령 직속 기후위원회가 총괄하는 구조를 담고 있다. 법적 기반이 마련되면서 기후 대응이 정치적 구호를 넘어 국가적 책무로 규정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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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후위기로 없어지는 산호초    

 

국제사회도 남아프리카의 전환을 지원하고 있다. 세계은행은 15억 달러 규모의 대출을 승인해 노후화된 철도와 항만 인프라 개선, 녹색 에너지로의 전환을 뒷받침하기로 했다.

 

해당 자금은 단순한 기반시설 보수를 넘어 저탄소 경제 전환과 고용 창출이라는 복합적 목표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에너지 전환의 속도와 사회적 파급력이다. 남아공의 전력망은 여전히 석탄 발전 의존도가 높고, 이를 대체할 재생에너지의 확충이 뒤따라야 한다.

 

실제로 재생에너지 민간 발전자 조달 프로그램(REIPPPP)은 이미 6,200MW 규모의 발전 용량을 공급하며 확대되고 있다. 세계적 석유화학 기업 사솔(Sasol)은 재생에너지 도입을 통해 2030년까지 배출량을 30% 줄이겠다고 선언했고, 국제기구의 기후투자펀드(CIF) 역시 수십억 랜드 규모의 자금을 확보하며 전환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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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프리카 사헬지구 1300만명이 기후위기로 죽어가고 있다. (사진=ytn 유투브 화면 캡쳐)    

 

민간 기업들도 대규모 태양광·배터리 프로젝트에 뛰어들었고, 에스콤(Eskom)은 2040년까지 23GW 규모의 석탄 발전소를 단계적으로 폐쇄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에도 불구하고 공정 전환(Just Transition)의 과제는 여전히 무겁다.

 

석탄 산업 붕괴의 직접적 충격을 받은 코마티(Komati) 지역의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석탄 화력발전소가 문을 닫자 지역 주민들은 일자리를 잃고 경제가 급속히 위축됐다.

 

정부와 국제기구는 이곳에 태양광·배터리 설비를 도입하며 녹색 일자리 창출을 약속했으나, 실제로 체감되는 혜택은 크지 않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정의로운 전환’이라는 구호가 지역 주민들에게는 아직 현실이 되지 못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남아공 법원이 내린 판결은 상징적 의미가 크다. 프랑스 에너지 대기업 토탈에너지(TotalEnergies)와 쉘(Shell)이 추진한 해안 유전 탐사 사업의 환경 인허가를 법원이 취소한 것이다. 판결문은 해당 사업의 환경영향평가가 기후변화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을 명확히 지적했다.

 

이는 기후위기가 단순히 과학적·정책적 문제가 아니라 법적 판단의 핵심 기준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남아공 사법부가 기후변화를 명시적으로 고려한 첫 판례라는 점에서 국제적 주목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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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후위기에 가장 어려운 층은 어린이들이라는 통계가 나와있다. 인도와 동남아가 뜨거워지는 모습    

 

남극의 빙하 붕괴와 남아프리카의 홍수·에너지 전환은 지리적으로는 멀리 떨어져 있지만, 결국 인류가 마주한 동일한 현실의 두 얼굴이다. 남극은 장기적이고 거대한 위기의 신호탄이며, 남아프리카는 그 위기가 이미 현재진행형으로 나타난 사례다.

 

두 지역의 상황은 전 세계가 더 이상 기후 위기를 미래의 문제가 아닌 현재의 과제로 인식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한다.

 

결국 이 모든 흐름이 가리키는 결론은 분명하다. 기후위기는 국경을 넘어선 전 지구적 위기이며, 과학적 경고와 현장의 고통, 제도적 대응과 법적 판단이 동시에 교차하는 복합적 도전이다. 남극의 해빙과 남아프리카의 홍수가 동시에 전해주는 메시지는 단 하나다. 늦지 않게 행동하지 않으면, 피해는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확산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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