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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현재진행형의 경고… 인류 문명의 전환점에 서다”

아프리카, 피해자에서 주체로… 녹색 경제와 기후 리더십 선언


번개-유발 산불 급증, 역사와 삶을 집어삼키는 재난의 일상화

CCS 한계와 AMOC 붕괴 경고… 탄소 감축과 국제 연대만이 해법

전용현 기자 | 기사입력 2025/09/09 [09:11]

“기후위기, 현재진행형의 경고… 인류 문명의 전환점에 서다”

아프리카, 피해자에서 주체로… 녹색 경제와 기후 리더십 선언


번개-유발 산불 급증, 역사와 삶을 집어삼키는 재난의 일상화

CCS 한계와 AMOC 붕괴 경고… 탄소 감축과 국제 연대만이 해법

전용현 기자 | 입력 : 2025/09/09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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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는 파리기후협약 탈퇴를 공식화 하고 있다.    

 

2025년 9월, 인류가 직면한 기후위기의 현주소는 단순한 환경 이슈를 넘어 정치·경제·외교 전반에 걸친 거대한 구조적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최근 연이어 발표된 국제 연구 결과와 각국 정상들의 발언, 그리고 실제 재해 현장에서의 피해 사례들은 우리가 더 이상 ‘기후위기’를 미래의 위험이 아닌 현재의 현실로 받아들여야 함을 강하게 시사한다.

 

특히 아프리카에서 열린 기후 정상회의는 전통적으로 피해자 위치에 있던 아프리카 국가들이 스스로 기후 리더십을 자처하며 국제 무대에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

 

케냐를 비롯한 다수의 아프리카 국가는 재생에너지, 탄소 포집, 지속 가능한 농업, 중요 광물 자원을 토대로 독자적 기후 전략을 추진하며 서구 국가들의 불완전한 약속에 의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케냐 대통령은 서방의 기후재원 지원 축소를 “기후 혈맹 파기”라 규정하며 미국,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의 태도를 강하게 비판했고, 이는 아프리카가 더 이상 수동적 수혜자가 아니라 독립적 정책의 주체로 부상했음을 알리는 상징적 장면으로 기록된다.

 

아프리카 20여 개국은 태양광 발전 수입 기록을 경신하며 녹색 경제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전 세계 태양광 생산량의 4%에 불과하다는 점은 이 대륙이 직면한 구조적 불균형을 드러낸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의에서 아프리카는 단순히 불평등을 호소하는 것을 넘어 ‘녹색 경제 부흥’이라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함으로써 국제사회의 시선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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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후변화로 인해 기후위기 캘리포니아 산불    

 

한편, 기후위기가 촉발한 재난은 현실의 삶을 무너뜨리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역사적 금광 마을 ‘차이니즈 캠프’는 최근 발생한 번개로 인한 대형 산불로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었다.

 

이 지역은 골드러시 시대 이민자들의 흔적을 간직한 문화유산이었으나, 연이은 폭염과 건조 현상으로 산불 위험이 극도로 높아진 가운데 결국 불길에 휩싸이고 말았다. 소방 당국은 주민 대피령을 내렸지만, 역사 건축물 상당수가 이미 잿더미로 변했다.

 

전문가들은 기후 변화로 인해 번개 발생 빈도가 높아지고 있으며 이로 인한 산불 피해가 더욱 잦아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실제로 최근 연구에서는 기후위기가 번개-유발 산불의 빈도와 강도를 동시에 증가시킨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이는 단순히 산림 훼손을 넘어 공중보건 위기와 소방 인프라 붕괴로 직결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미세먼지와 유독성 연기로 인한 호흡기 질환 환자가 급증하고 의료 체계에 부담을 주는 상황은 이미 북미 대륙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다. 기후 재난은 더 이상 환경 전문가의 경고에 그치지 않고 일상적 안전과 건강을 직접 위협하는 ‘생활 위기’로 확장되고 있다.

 

기술적 대응 수단으로 주목받아온 탄소 포집·저장 기술(CCS)에도 근본적 한계가 드러나면서 위기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오스트리아 국제응용시스템분석연구소가 발표한 최근 보고서는 이산화탄소를 지하에 안전하게 저장할 수 있는 공간이 이전 예상치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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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후위기로 없어지는 산호초    

 

이는 CCS의 실질적 잠재력이 그간 과대평가됐을 수 있음을 시사하는 충격적인 결과였다. 연구진은 CCS가 기후변화 억제 효과를 최대 0.7°C 정도로 제한할 수 있을 뿐이라며, 이는 전 세계적 목표인 산업화 이전 대비 1.5°C 상승 제한과는 현격한 격차가 있다고 분석했다.

 

결국 CCS는 중요한 보조 수단일 수는 있으나 근본적인 해법은 결코 될 수 없다는 것이 과학적 결론으로 확인된 셈이다. 이로써 전 세계 정책 결정자들에게는 화석연료 사용 억제와 탄소 배출 감축을 직접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압박이 더욱 커지고 있다. CCS에 대한 과도한 기대는 정치적 ‘알리바이’에 불과할 수 있으며, 진정한 해결책은 에너지 구조 전환과 소비 패턴 변화에 있다는 점이 다시 한번 확인된 것이다.

 

여기에 더해 인류가 맞닥뜨린 가장 심각한 기후 위험 시나리오 중 하나로 꼽히는 대서양 횡단 해류(AMOC)의 붕괴 가능성도 구체적 연도로 제시되면서 국제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다. 네덜란드와 미국 공동 연구진이 발표한 최신 논문은 AMOC가 2055년경부터 붕괴할 가능성이 있으며, 심지어 중간 수준의 배출 시나리오에서도 2063년 이전에 붕괴가 현실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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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서양 자오선 순환의 붕괴 가능성에 대해 과학자들은 논의하고 있는데 이 급격한 냉각이 대서양 자오선 순환(AMOC)의 붕괴와 관련이 있을 수 있어(사진=MBC 유투브 화면 캡쳐)    

 

AMOC는 지구 기후를 조절하는 거대한 해양 컨베이어 벨트로서, 북반구와 남반구의 기후 균형을 유지하는 핵심 역할을 담당한다. 만약 이 흐름이 무너지면 유럽은 급격한 한랭화를 겪고, 사하라 사막 주변 지역은 더욱 건조해지며, 미국 동부 해안은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대규모 피해에 직면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전 세계 농업 생산 체계가 무너지고 식량 안보가 심각하게 위협받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과학자들은 이러한 대격변이 수십 년 내에 가시화될 수 있다며 국제사회의 대응 속도를 높일 것을 촉구하고 있다.

 

결국 최근의 일련의 소식들은 인류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기후위기는 ‘미래의 위험’이 아니라 이미 현재진행형의 위협이며, 기술적 대안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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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후위기로 인해 고통받는 국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아프리카의 기후 리더십 부상은 피해자에서 주체로의 전환을 보여주며 새로운 국제 질서를 예고하고 있고, 번개로 인한 산불의 증가와 역사 마을의 소실은 기후위기가 문화와 삶을 송두리째 위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CCS 기술의 한계는 단순한 기술 의존이 아니라 구조적 전환을 요구하고 있으며, AMOC 붕괴 경고는 인류 문명 전체를 뒤흔들 수 있는 ‘임계점’이 점점 다가오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제 필요한 것은 정치적 수사나 불완전한 약속이 아니라 과감한 행동이며, 탄소 배출 감축과 재생에너지 전환, 국제적 연대와 공평한 지원 체계 구축이 필수적이다.

 

기후위기는 어느 한 대륙이나 한 세대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인류 모두가 맞이한 공동의 도전이며, 대응의 속도와 범위에 따라 미래의 모습이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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