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후위기에 가장 어려운 층은 어린이들이라는 통계가 나와있다. 인도와 동남아가 뜨거워지는 모습
전 세계가 지금 ‘기후 붕괴의 임계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2023년부터 이어진 전 지구적 산호 백화 현상은 지구 해양 생태계의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전 세계 산호초의 84%가 스트레스를 받으며 색을 잃고 죽어가고 있다. 바다의 초목이라 불리던 산호의 죽음은 단순한 해양의 변화가 아니라, 인류의 생존 기반이 무너지는 신호탄이다.
이와 함께 빙하의 해빙 속도는 인류가 예측한 모든 시나리오를 초월하고 있다.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빙하 융해로 인해 전 세계 20억 명이 식수와 식량의 위기에 처할 수 있으며, 이는 단순한 환경문제를 넘어 인류 생존의 안보 위협으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아시아가 주도하는 탄소포집저장(CCS) 사업은 오히려 2050년까지 250억 톤의 추가 온실가스를 배출할 위험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파리협정의 1.5℃ 목표가 무너질 가능성은 더 이상 ‘경고’가 아니라 ‘현실’이다. 이로 인해 기후문제는 안보 의제로 급부상하고 있다. 영국과 유럽 각국의 정보기관들은 이미 기후위기를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1순위 위험”으로 규정하며 대응전략을 수정 중이다.
식량 불안, 대규모 기후이주, 생태계 붕괴로 인한 사회 혼란은 더 이상 가상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런 와중에 올해 노벨화학상은 금속-유기 골격 구조체(MOFs)를 개발한 과학자들에게 돌아갔다.
이 기술은 공기 중 이산화탄소 포집과 대기 수분 회수 등 기후 대응 기술에 직접 활용될 수 있는 혁신 기술로, 과학이 기후위기를 구할 수 있을지에 대한 마지막 희망을 보여준다.
▲ 어두운 지구와 놀라울 정도로 닮은 토양은 브라질 남동부의 쿠이쿠로 마을(여기에서 위에서 본 것)과 그 주변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구글 어스, 지도 데이터: 구글, 맥사 테크놀로지스
한편 브라질에서는 ‘강화 암석 풍화(Enhanced Rock Weathering)’ 기술을 통해 농지에 현무암 분말을 뿌려 이산화탄소를 흡수·고정하려는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과학은 끊임없이 답을 찾고 있지만, 인류의 탄소 배출 속도는 여전히 멈추지 않는다.
국내로 눈을 돌리면 한국도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다. 최근 10년간 폭염 일수는 평균 15.6일로 1990년대의 두 배를 넘었고, 서울의 열대야는 연평균 20일을 돌파했다. “이건 지구가 아니라 가마솥”이라는 시민들의 말이 과장이 아니다.
여름철 침수 피해는 전국에서 빈번하게 보고되고 있으며, 정부는 ‘기후에너지부’ 신설을 포함한 조직 개편을 논의 중이다. 그러나 대응 속도는 위기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경북 지역에서는 올해 사상 최악의 산불이 발생했으며, 이는 고온·건조·강풍이 결합한 ‘기후재난형 화재’의 전형이었다.
동시에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기후위기가 감염병, 영양실조, 열사병 등을 유발하며 보건위기로 전이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문제는 단순히 더워지고, 비가 많이 오고, 불이 나는 것이 아니다.
기후위기는 사회 구조의 균열을 낳고 있다. 농경지 감소와 식량 불안이 가속화되며, 산림 확대 정책과 농지 보전 사이의 균형을 찾지 못하면 한국도 머지않아 ‘기후 난민’을 배출하는 국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제사회는 오는 2025년 11월 브라질 벨렘에서 열릴 유엔기후변화회의(COP30)를 통해 새로운 합의와 행동을 모색할 예정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흐름을 보면 회의는 늘 선언에 그쳤고, 실천은 부족했다. 이제 기후위기는 과학이나 환경운동가의 언어가 아니라, 모든 국민과 정부, 기업의 생존 언어가 되어야 한다.
산호의 절규와 빙하의 눈물은 먼 나라의 일이 아니다. 그것은 이미 우리의 여름 전기요금 고지서 속에, 마른 논의 갈라진 흙 속에, 그리고 산불 연기 속에서 울리고 있다. 인류의 탐욕이 만든 이 위기 앞에서 필요한 것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즉각적 행동이다. 지구는 더 이상 기다려주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