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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리야드 시즌, 세계 엔터테인먼트의 중심으로

스포츠·문화·유머가 교차하는 거대한 축제의 무대

“Six Kings Slam”부터 코미디 페스티벌까지, 사우디의 문화개방이 던지는 메시지

오일머니를 넘어 ‘문화로 세계를 사로잡는 국가 전략’

정미숙 대표 | 기사입력 2025/10/16 [10:44]

사우디 리야드 시즌, 세계 엔터테인먼트의 중심으로

스포츠·문화·유머가 교차하는 거대한 축제의 무대

“Six Kings Slam”부터 코미디 페스티벌까지, 사우디의 문화개방이 던지는 메시지

오일머니를 넘어 ‘문화로 세계를 사로잡는 국가 전략’

정미숙 대표 | 입력 : 2025/10/16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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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우디가 만들고 있는 동계올림픽 스테디움 단적으로 이런일이 최근 사우디의 경제성장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가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석유와 종교의 나라로 불리던 사우디가 이제는 ‘글로벌 문화의 중심’으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매년 가을부터 이어지는 ‘리야드 시즌(Riyadh Season)’이 그 상징적 무대다. 올해 시즌은 이전보다 한층 더 화려하고 대담해졌다.

 

축구, 스누커, 복싱, 테니스, 음악, 코미디까지 전 장르를 아우르는 대규모 행사가 잇따르며, 사우디가 단순한 개최국을 넘어 문화산업의 글로벌 플레이어로 도약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리야드 시즌의 핵심은 단연 스포츠다. 올해 가장 큰 화제를 모은 행사는 “Six Kings Slam 2025” 테니스 전시 경기다.

 

총상금만 600만 달러(약 82억 원)에 달하는 초대형 이벤트로,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사우디에 집결한다.

 

남녀 복식과 단식을 통합한 새로운 형식의 쇼 매치로, 각국의 테니스 스타들이 ‘왕들의 대결’이라는 콘셉트 아래 맞붙게 된다. 관중석은 이미 세계 각지에서 몰려드는 팬들로 매진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대회는 단순한 스포츠 이벤트가 아니라, 사우디가 세계 스포츠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하겠다는 전략적 선언으로 평가된다.

 

테니스 외에도 복싱과 스누커 등 다양한 종목이 리야드의 밤을 수놓는다.

 

특히 복싱은 사우디 정부가 오랜 기간 공들여온 종목이다. 세계 챔피언전과 타이틀 매치가 잇따라 개최되며, ‘리야드=세계 격투 중심지’라는 이미지가 확고히 자리 잡고 있다.

 

지난 시즌에는 타이슨 퓨리와 프란시스 은가누의 세기의 대결이 열렸고, 올해는 그보다 더 큰 규모의 이벤트가 준비되고 있다. 스누커 또한 영국과 중국을 잇는 글로벌 스타들이 참가하며, 전통적인 스포츠의 격조와 중동의 화려함이 절묘하게 결합된다.

 

사우디의 문화 개방은 스포츠를 넘어 예술과 유머의 세계로 확장되고 있다. 최근 열린 ‘리야드 코미디 페스티벌’은 이러한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미국과 유럽의 유명 코미디언들이 무대에 올라 사우디 관객과 직접 호흡하며, 웃음이라는 보편적 언어로 소통했다.

 

그러나 이 축제는 동시에 논쟁의 중심에도 섰다. 일부 코미디언이 정치적 풍자나 종교적 주제를 다루면서 표현의 자유에 대한 논쟁이 촉발된 것이다.

 

특히 미국의 대표적 스탠드업 아티스트들이 출연하며, 그들의 발언이 보수적 가치관이 강한 현지 사회에서 어느 선까지 허용될 것인가를 두고 국제적인 관심이 쏠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야드 코미디 페스티벌은 ‘사우디가 변하고 있다’는 명확한 신호였다.

 

여성 관객의 참여가 확대되었고, 공연장 내 사진 촬영 및 온라인 중계도 부분적으로 허용되었다. 이는 불과 10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운 장면이었다. 리야드 시즌의 운영위원회는 “문화는 대화를 통해 성장한다”며 “사우디가 세계와 웃음으로 연결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처럼 리야드 시즌은 단순한 오락 행사를 넘어 국가의 이미지 전략과 직결된다.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비전 2030’의 핵심 목표 중 하나로 “사우디의 탈석유 산업 전환”을 내세웠고, 그 중심축에 문화와 엔터테인먼트를 두고 있다.

 

거대한 오일머니로 스타들을 초청하는 수준을 넘어, 사우디 자체가 콘텐츠 생산의 허브로 자리잡겠다는 구상이다. 이미 넷플릭스, 애플, 디즈니 등 글로벌 플랫폼과의 협력 논의가 활발히 진행 중이며, 스포츠·예술·게임 산업을 포괄하는 복합 문화경제 생태계 구축이 목표로 제시됐다.

 

세계 각국의 언론은 이러한 변화를 주목하고 있다.

 

영국의 《더 선(The Sun)》은 “사우디가 중동의 라스베이거스로 변모하고 있다”고 평가했고, 《더 타임즈 오브 인디아(The Times of India)》는 “600만 달러의 테니스 쇼매치가 사우디 문화외교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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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왈리드 아탈라(Walid Atallah) 다이아몬드와 보석을 의상 디자인에 도입한 선구자로, 사우디아라비아 공주를 위해 125만 달러 상당의 웨딩드레스를 디자인하여 기네스북까지 등재    

 

또한 미국의 《복스(Vox)》는 “리야드 코미디 페스티벌은 단순한 웃음잔치가 아니라, 사우디 사회가 표현의 한계를 시험하는 실험장이 되었다”고 분석했다.

 

 

결국 사우디의 리야드 시즌은 오일머니의 힘을 넘어선 ‘문화 자본의 실험장’으로 기능하고 있다. 전통과 현대, 종교와 자유, 권위와 웃음이 공존하는 이 축제는 사우디가 스스로를 재정의하는 과정이다.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리야드는 이제 더 이상 사막의 도시가 아니라, 웃음과 감동, 그리고 세계인이 만나는 새로운 문화의 교차로로 거듭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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