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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면허 구조와 보이스피싱, 흔들리는 사회 안전망의 경고등

제도의 사각지대, 무자격 운영이 부른 구조 불신

보이스피싱의 진화, 국제범죄화의 심각한 그림자

혐오와 불신의 확산, 공동체 회복이 치안의 기초다

김누리 기자 | 기사입력 2025/10/17 [07:08]

무면허 구조와 보이스피싱, 흔들리는 사회 안전망의 경고등

제도의 사각지대, 무자격 운영이 부른 구조 불신

보이스피싱의 진화, 국제범죄화의 심각한 그림자

혐오와 불신의 확산, 공동체 회복이 치안의 기초다

김누리 기자 | 입력 : 2025/10/17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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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이스피싱 가상사진(합성)    

 

최근 사회 전반에 걸쳐 드러난 무면허 구조 운영, 보이스피싱 등 각종 범죄 사건은 단순한 개인 일탈이 아니라 제도와 시스템의 균열을 보여주는 신호탄이다.

 

이들 사건은 중앙정부의 대응 역량과 사회적 통합 능력을 시험하는 중대한 과제이며, 동시에 국민 안전에 대한 신뢰를 다시 세워야 하는 국가적 숙제를 던지고 있다.

 

특히 무자격 구조 활동이나 허위 자격증을 이용한 응급 대응은 단순한 규정 위반이 아니라 인명과 직결된 문제로, 공공 서비스의 신뢰를 뿌리째 흔드는 행위로 인식되고 있다.

 

무면허 구조 활동은 최근 민간 구조단체나 봉사단체를 중심으로 문제의식이 커지고 있다. 일부 단체는 구조 교육을 받지 않은 채 현장에 투입되거나, 인증 절차를 거치지 않은 인력이 재난 현장에서 활동하면서 오히려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이들은 ‘선의의 시민 구조자’를 자처하지만, 법적 기준이나 안전 매뉴얼을 지키지 않아 2차 사고를 유발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제도적으로는 구조활동 자격증 발급 과정과 인증 시스템이 허술하고, 현장 검증 절차도 부재한 실정이다.

 

정부가 각종 재난 현장에서 민간 협력을 강조하는 만큼, 민간 구조 인력의 전문성 검증과 자격 관리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단순히 단속을 강화하는 수준을 넘어, 구조 현장에 투입되는 인력이 일정 수준의 교육과 장비, 보험, 법적 책임 체계를 갖추도록 제도를 전면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와 맞물려 급증하는 보이스피싱 범죄는 사회 안전망의 또 다른 균열을 보여준다. 범죄 수법은 더욱 교묘해지고, 피해자는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노인층 중심의 금융사기 형태였다면, 최근에는 인공지능(AI) 음성 합성, 메신저 해킹, 가짜 공공기관 사이트까지 등장하면서 젊은 세대와 전문직 종사자까지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국제 범죄 조직이 국내 통신망과 금융시스템을 악용해 범행을 지휘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어, 단순한 ‘전화사기’가 아니라 ‘국제 사이버 범죄’ 수준으로 진화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행 대응 체계는 경찰청·금융위원회·통신사 간의 정보 공유가 여전히 단절돼 있으며, 피해 발생 후 대응 위주로 흐르는 경우가 많다.

 

피해자 신고부터 계좌 지급정지, 해외 조직 추적에 이르기까지 한 몸처럼 작동해야 할 범정부 시스템이 여전히 분절돼 있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더 이상 단순한 범죄 집단이 아니다. ‘콜센터형 범죄 기업’에 가깝다. 해외 본거지에서 운영되는 이들은 채용, 교육, 기술, 인출, 세탁까지 철저히 분업화된 체계를 갖추고 있으며, 한 달에 수백억 원대 자금을 이동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로 들어오는 범죄 자금이 부동산, 코인, 도박 사이트 등으로 세탁되며 경제 질서까지 교란시키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경찰은 국제공조수사를 확대하고 있지만, 실시간 추적과 사전 차단 시스템은 여전히 부족하다. 특히 AI 기술을 악용한 ‘가짜 음성’ 범죄는 향후 사이버 치안의 최대 난제로 꼽힌다.

 

정부가 기술 발전에 맞춘 법적·기술적 방어 체계를 시급히 갖추지 않으면, 국민의 신뢰는 점점 더 무너질 것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사회 전반에 확산되는 혐오와 오해의 문화다. 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특정 집단이나 국적을 향한 비난이 쏟아지지만, 그 이면에는 제도의 실패를 외면한 책임 전가가 숨어 있다.

 

일부 외국인 노동자나 이주민이 범죄에 연루되었다는 이유로 전체 집단에 대한 혐오와 배척이 확산되면, 결국 사회 통합은 더욱 어려워지고 치안 협력망도 약화된다. 범죄의 근본 원인은 제도의 허점과 관리 부실임에도 불구하고, 대중의 분노는 쉽게 ‘타자화’의 방향으로 흐른다. 이런 정서가 누적되면, 법과 질서의 신뢰 기반이 무너지고 공동체의 연대감이 약화된다.

 

 

결국 안전은 제도의 문제이자 문화의 문제다.

 

구조 자격제도의 허점, 보이스피싱 대응 체계의 미비, 혐오 정서의 확산은 각각의 사건이 아니라 하나의 구조적 위기다. 정부는 단속 강화에만 머물지 말고, 사회적 신뢰 회복을 위한 장기적 제도 개편에 나서야 한다.

 

공공안전 정책은 기술적 대응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며, 민간과 공공, 지역사회가 함께 작동하는 통합형 치안 시스템 구축이 절실하다.

 

위기의 시대일수록 ‘국가의 역할’이 다시 묻힌다. 안전은 비용이 아니라 신뢰의 문제이며, 그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곧 대한민국 치안 체계의 미래를 지키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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