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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16 [20:16]
[기후위기] 뜨거워진 지구가 보내는 경고, 4~5월 봄날의 ‘괴물폭염’지구온난화 추세에 태평양 온도 높아지는 엘리뇨의 전조현상으로 상승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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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동남아지역과 인도, 중국 등 태평양 해수면 온도의 직접적 영향권에 있는 나라들도 5월 중순의 때 이른 한여름 날씨에 펄펄 끓었다. 특히 동남아시아 지역이 심각하다. 태국은 무려 45.4도까지 수은주를 끌어올려 5월 역대 최고기록을 갈아치웠고, 베트남 44.2도, 인도 동부 44도, 미얀마 43도, 방글라데시 40도, 싱가포르 37도, 중국 산둥성 37도 등을 기록해 5월 중순의 날씨라고 하기 어려운 기온을 나타냈다.
특히 태국에서는 여러 곳에서 체감 온도가 50도를 훌쩍 넘는 일이 허다했다. 태국 베트남 미얀마 등 열대 또는 아열대성의 기후를 보이는 나라들에서도 40도를 넘는 기온을 기록하는 것은 한창 더운 여름에도 좀처럼 있기 드문 일인데 올해는 이미 4월부터 40도를 넘는 일이 가끔 일어나기 시작했었고 5월에는 더욱 빈번해졌다.
유럽의 스페인은 4월부터 40도를 넘는 폭염이 시작된데다 극심한 가뭄까지 겹쳐 특히 농작물의 피해가 막심하다. 스페인에서 4월 역대 가장 덥고 건조한 날씨를 보여 각 분야에서 피해가 속출하자 스페인 정부는 이달 11일 20억 유로(2조9100억원) 규모의 가뭄 비상조치 방안을 내놓았다. 이탈리아 북부에서는 이상 고온에 따른 봄철 홍수가 시가지를 휩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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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북서부도 50년 만에 가장 더운 5월을 보내고 있다. 오리건주 포틀랜드시는 지난 14일 낮 최고기온이 34도까지 치솟아 50년 만에 최고기록을 경신했다. 미국과 이웃한 캐나다 앨버타주에서는 이상 고온과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90건이 넘는 산불이 발생해 주 정부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미국 언론 NYT는 “이번 폭염 현상을 기후변화와 연관 짓기 위해서는 더 정밀한 분석이 필요하지만, 과학자들은 폭염이 더 빈번해지고 있다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북아프리카 지중해 연안의 모로코와 알제리에서도 지난달 최고기온 기록이 깨졌다. 다국적 기후 연구단체인 세계기상특성(WWA)은 “지중해성 기후의 영향권에 있는 스페인·포르투칼·모로코·알제리 등 4개국에서 4월 26~28일 37~41도에 이르는 이상 고온 현상이 나타났는데,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시작된 지구온난화 시대의 이전이라면 이 정도의 4월 폭염은 4만 년에 한 번 일어날 일”이라고 그 심각성을 강조했다.
올해 유난히 극성을 부리고 있는 봄철 ‘괴물폭염’의 원인은 기존의 지구온난화 추세에다가 평년보다 따뜻해진 태평양의 열기가 더해져 상승작용을 일으킨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기상전문가들은 이미 뜨거워질 대로 뜨거워지고 있는 지구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지 않고 있는 인류에게 보내는 심각한 경고라고 지적하고 있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적도 부근 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많이 높아지는 ‘엘니뇨 현상’이 올여름에 ‘슈퍼 엘리뇨’로 강화되어 찾아올 것이라는 점이다. 그렇게 되면 지구촌 북반구는 이번 여름에는 그야말로 펄펄 끓는 가마솥더위에 휩쓸릴 것이라고 한다.
이 같은 봄철 ’괴물폭염’과 여름철 ‘슈퍼 엘리뇨’의 발생 원인은 결국 지구의 기후변화에서 찾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기후변화는 지구의 기온을 심각하게 높이는 ‘지구온난화’ 뿐만 아니라 가뭄과 홍수, 폭염 등 비정상적인 기후현상을 동반한다. 탄소와 메탄, 이산화질소 등 온실가스를 줄이지 않는 한 현재 진행형인 기후변화를 되돌릴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암울한 정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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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봄의 ‘괴물 폭염’은 꾸준히 지속되고 있는 지구온난화 현상에다가 동태평양의 해수면 기온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는 엘리뇨현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조짐을 보이면서 일찌감치 기온상승 효과를 일으킨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기후 전문가들은 올여름 엘니뇨 현상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 이상 기후가 더 극심해질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아시아지역처럼 엘리뇨의 직접적 영향권에 있지는 않지만, 북미와 유럽 대륙도 ‘봄날의 한여름’처럼 뜨거웠던 것은 지구 전체의 기후변화 현상 때문이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이달 초 “지난 3년간 지속된 ‘라니냐’(La Nina)가 끝나고 올 여름부터 ‘슈퍼 엘리뇨’(Super El Nino)가 찾아와 전반적인 폭염은 물론 지역에 따라 홍수 또는 가뭄을 일으키는 일이 잦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평소의 엘리뇨가 아니라 ‘슈퍼’급으로 강화되면서 지구의 열 균형이 깨져 기후재난을 불러온다는 것이다.
동태평양의 수온이 비교적 낮아지는 현상을 라니냐, 높아지는 현상을 엘리뇨라고 하는데, 지구의 자전 방향에 따라 동태평양의 수온이 서쪽 아시아지역에 영향을 주면서 기후가 크게 영향을 받는 데 따른 까닭이다. 구체적으로 동태평양의 바닷물은 무역풍에 힘입어 동쪽에서 서쪽으로 이동한다. 이에 따라 적도 부근에서 이동 과정 중 바닷물이 계속 데워져 서쪽이 동쪽보다 따뜻해진다. 반면에 동쪽의 바닷물은 서쪽으로 흘려보낸 공간을 심해에서 끌어 올린 물로 채우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온도가 낮다. 이 같은 바닷물 이동 과정에서 엘리뇨와 라니냐가 번갈아 일어나고, 결국은 아시아 대륙의 기후에 크게 영향을 주게 된다. 이번 아시아 대륙 봄철폭염은 엘리뇨의 직접적 영향은 아니라 하더라도, 올여름에 발생할 슈퍼엘리뇨의 전조현상이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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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우리나라에서 본격적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래 역대급으로 더웠던 때는 1994년과 2018년 여름이다. 1994년에는 7월 폭염 일수가 15.4일, 열대야 일수가 7.1일로 극히 대단한 무더위를 기록했다. 2018년에는 강원도 홍천 기온이 41도까지 치솟아 역대 국내최고기록을 갈아치웠다. 서울도 39.6도까지 올라 그야말로 ‘불가마’였다.
그런데 국내외 기상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올여름 ‘슈퍼 엘리뇨’가 발생해 대부분의 나라에서 역대 최고기온을 경신할 것이라고 걱정스런 전망을 내놓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기후 위기 상황이 결코 ‘호들갑떨기’나 ‘과대포장’ 형국이 아니라고 한다. 여러 가지 결과물과 과학적 자료들을 놓고 분석해 보면 분명히 옛날과는 사뭇 다른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게 분명하다고 강조한다. 지구의 평균기온은 산업혁명 이전 대비 0.9도 가량 상승했는데, 1.5도가 상승하면 예측불허의 티핑포인트(Tipping Point)가 발생하고, 3도 상승하면 인류문명의 붕괴가 시작될 것이라고 한다. 기후변화의 속도를 늦추지 못하고 이대로 가면, 이번 세기에 인류문명의 붕괴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