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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16 [20:16]
정치인이 갖춰야 할 생존 기술공감, 이슈 주도, 그리고 이미지 관리
정치적 생존과 승리의 기술은 흔히 네거티브 전략과 이슈 선점의 싸움에서 판가름 난다. "누가 대통령이 되어야 할까?"와 같은 긍정적 질문이 아닌, "누가 대통령이 되어선 안 되는가?"와 같은 질문에서 사람들은 자연히 비난의 대상에 집중하게 된다.
정치에서 상대의 단점을 부각하고 그들의 사생활에 관한 문제를 공개해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네거티브 전략은 자주 사용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 전략이 항상 성공적인 것은 아니다.
과거 미국의 빌 클린턴 대통령에게 정치적 조언을 했던 딕 모리스는 네거티브 전략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모리스는 클린턴이 비난보다는 본인의 강점과 지도자로서의 자질을 증명함으로써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었음을 강조했다.
그가 말하는 핵심은 네거티브 전략의 빛을 보기 위해서는 먼저 긍정적인 이미지를 쌓아야 한다는 점이다. 상대의 결점만을 지적하는 것은 일시적으로는 관심을 모을 수 있지만, 이를 통해 자신을 돋보이게 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네거티브 전략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그 이전에 자신의 강점을 확실하게 어필해야 하며, 유권자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어야 한다.
이와 같은 전략적 접근은 클린턴뿐만 아니라, 프랑스 대통령이었던 샤를 드골의 정치에서도 엿볼 수 있다. 드골은 정치적 혼란 속에서 등장한 인물이었으며, 그는 프랑스 국민에게 "프랑스를 다시 위대하게 만들 수 있는 사람"으로 자신을 각인시키는 데 성공했다. 당시 프랑스는 2차 세계대전 후 경제적·사회적 불안이 팽배해 있었고, 많은 정치인은 이 혼란을 기회로 삼아 상대방을 깎아내리는 네거티브 전략에 집중했다. 그러나 드골은 자신이 왜 프랑스의 미래를 이끌 지도자로 적합한지를 설명하며 국민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그가 이끌었던 이른바 ‘프랑스 재건’ 프로젝트는 많은 국민에게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했고, 결국 드골은 이러한 긍정적 이미지를 통해 프랑스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었다.
선거에서 중요한 것은 네거티브 전략의 적절한 사용뿐만 아니라, 이슈를 선점하는 능력이다. 모리스는 정치에서 성공하려면 이슈를 남보다 빨리 선점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인물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대 정치에서도 경제와 국방 같은 이슈는 보수 진영의 강점으로 여겨지는 반면, 복지와 인권은 주로 진보 진영에서 강조하는 주제다. 만약 진보 진영이 보수의 경제 성장 논리를 따라가면, 이슈 주도권에서 밀려나기 쉽다. 따라서 진보는 경제 성장을 교육이나 복지와 연관 지어 자신들의 관점에서 이슈를 재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이슈 선점의 중요성은 한국의 대통령 선거에서도 분명히 드러났다. 예를 들어, 한 정치인은 복지 정책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이를 교육 기회의 평등과 연결해 논점을 재구성했다.
그는 경제 성장률을 강조하는 대신, 모든 국민이 교육을 통해 경제적 성장을 이룰 수 있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는 기존의 경제 성장 논리에 신선한 변화를 주며 진보적 관점에서 새로운 이슈를 만들었다. 이처럼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논점을 바꾸고 이슈를 자신의 것으로 삼아야 하며, 이 과정에서 정치적 생존은 더욱 강화된다.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것이 항상 유리한 것만은 아니라는 점도 정치에서 간과해서는 안 된다. 20세기 초 독일의 아돌프 히틀러는 사람들의 시선을 강하게 끌었던 정치인이었지만, 그로 인해 역사상 최악의 인물로 남게 되었다. 히틀러의 인지도가 높았던 이유는 그의 선동적 연설과 강력한 메시지 전달 방식 덕분이었다.
하지만 그의 파괴적 이념과 비윤리적 정책으로 인해 세계는 엄청난 고통을 겪어야 했다. 이는 정치에서 시선을 끄는 전략이 때로는 독이 될 수 있음을 상기시킨다.
결국 정치인은 국민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살펴야 한다. 대개 정치인은 고위층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많으며, 그들과의 대화에서 일상과 다소 동떨어진 논의가 오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정치인이 국민과 소통하려면, 그들이 일상에서 겪는 문제와 고민을 이해해야 한다.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이 그 예가 될 수 있다.
그는 자신의 젊은 시절과 자녀를 잃은 경험을 공유하며, 이를 통해 공감을 얻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시민들에게는 이와 같은 공감의 메시지가 큰 위로가 되었다. 그는 단순히 경제적 수치를 언급하기보다, 어려운 시기를 겪는 사람들에게 진심 어린 지지를 보내며 공감을 표현했다. 이러한 소통 방식은 단순히 경제적 수치를 강조하는 것보다 더 큰 효과를 발휘했다.
이와 같이 진정성 있는 소통은 정치에서 중요한 무기가 된다. 단순한 네거티브 전략이나 시선을 끌기 위한 구호보다는, 국민이 진정으로 원하는 바를 이해하고 그들의 삶에 진정으로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안광복의 키워드 인문학 깊이 참고] 원본 기사 보기:내외신문 <저작권자 ⓒ 월간 기후변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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