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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숨겨진 공간, 유령 승강장

사건과 변화로 남겨진 공간, 신설동역 유령 승강장의 비밀
지하철 노선 변경의 역사적 흔적, 서울 곳곳의 숨겨진 승강장들
과??

김누리 기자 | 기사입력 2024/11/14 [08:32]

서울의 숨겨진 공간, 유령 승강장

사건과 변화로 남겨진 공간, 신설동역 유령 승강장의 비밀
지하철 노선 변경의 역사적 흔적, 서울 곳곳의 숨겨진 승강장들
과??

김누리 기자 | 입력 : 2024/11/14 [08:32]

서울 지하철은 매일 수백만 명의 시민이 이용하는 교통의 핵심 인프라이다. 하지만 사람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공간들이 존재한다. 이러한 미사용 공간들은 '유령 승강장'이라 불리며, 서울이라는 대도시의 교통 시스템에 얽힌 역사적 사건과 변화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이 유령 승강장들은 특정 사건으로 인해 사용되지 않거나, 교통량 증가와 지하철 노선 증설 계획이 취소되면서 방치된 공간들이다. 그러나 최근 이러한 유령 승강장을 새로운 문화 공간으로 활용하려는 시도가 이뤄지며, 이 공간들이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의미 있는 장소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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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설동역의 유령 승강장: 숨겨진 서울의 공간    

 서울의 유령 승강장 중 가장 유명한 곳은 바로 신설동역에 위치한 유령 승강장이다. 신설동역은 서울 지하철 1호선과 2호선, 경전철 우이신설선이 지나가는 주요 교통 요지로, 많은 승객이 오가는 활발한 장소다. 하지만 신설동역 지하 3층에 위치한 이 승강장은 일반 대중이 접근할 수 없고, 안내도에도 표시되지 않으며, 대부분의 시민이 그 존재조차 알지 못한다. 이 때문에 신설동역의 유령 승강장은 오랜 세월 동안 서울 시민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채 남아 있었다.

 

신설동역 유령 승강장은 노출된 콘크리트 벽과 낡은 영문 표지판을 통해 과거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특히 영문 표지판에는 2000년 이전에 사용되던 로마자 표기법이 남아 있어, 이 승강장이 한때는 실제로 사용될 예정이었다는 것을 짐작하게 한다. 그러나 이곳은 공식적으로 개통된 적이 없으며, 지하철 열차를 차량 기지로 이동시키기 위한 용도로만 사용되고 있다.

 

유령 승강장이 된 배경: 육영수 여사 사건과 지하철 노선 변경

 

신설동역 유령 승강장은 애초에 서울 지하철 1호선과 5호선이 연결되는 환승역으로 설계되었다. 1호선과 5호선이 연결되며 서울 동북부와 도심을 잇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었지만, 이 계획은 실현되지 못했다. 그 이유는 바로 육영수 여사 살해 사건 때문이다. 1974년 발생한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은 한국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고, 이 사건은 단순한 개인의 비극을 넘어 서울시의 도시 계획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

 

사건 발생 후 당시 서울시장이 물러나게 되면서 지하철 노선 계획에도 변경이 생겼다. 그 결과로 5호선 개통 계획이 무산되었고, 신설동역에 예정되었던 5호선 승강장은 사용되지 않는 유령 승강장으로 남게 되었다. 이는 단순히 교통 계획의 변경이 아니라, 서울시의 역사적 사건이 도시의 교통망과 생활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쳤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이러한 사건들이 누적되면서 서울은 다양한 역사적 배경을 가진 유령 승강장들을 가지게 되었다.

 

 서울의 유령 승강장: 신설동역 외의 사례들

 

서울에는 신설동역 외에도 여러 유령 승강장이 존재한다. 5호선 영등포시장역, 6호선 신당역, 7호선 신풍역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영등포시장역의 유령 승강장은 특히 흥미로운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곳은 개찰구 옆에 작은 노란색 문이 위치해 있으며, 이를 통해 유령 승강장으로 내려갈 수 있다. 평소 일반인의 접근이 어려운 이 공간은 최근 한 게임 회사가 전시회를 열며 색다른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이 같은 활용 사례는 유령 승강장이 단순히 미사용 공간이 아닌, 창의적인 문화 콘텐츠를 선보일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6호선 신당역과 7호선 신풍역에도 유령 승강장이 존재하지만, 각각의 공간들은 서로 다른 역사적 배경과 용도를 가지고 있다. 특히 신풍역의 유령 승강장은 아직 대중에게 공개된 적 없는 비공개 공간으로 남아 있다. 신풍역은 외부에 거의 노출되지 않은 구조를 가지고 있어 일반 대중이 알지 못하지만, 이러한 숨겨진 공간들은 도시에 또 다른 흥미로운 면모를 제공한다. 서울 지하철 내에 존재하는 유령 승강장들은 각각의 역사적 배경과 용도를 통해 도시의 다양성을 더하고 있다.

 

서울의 교통 체증과 지하철 증설의 역사적 맥락

 

서울의 유령 승강장들은 또한 도시 교통의 역사적 맥락 속에서 그 존재를 이해할 수 있다. 1980년대 이후 서울에는 자동차 사용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마이카 시대가 도래했다.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수도권 신도시와 위성도시들이 개발되며 교통 체증 문제는 더욱 심각해졌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급증하는 교통량에 대응하기 위해 대규모 지하철 증설 계획을 세우게 된다. 이때 수립된 지하철 증설 계획은 크게 2기와 3기로 나뉘며, 수도권 교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주요 방안으로 추진되었다.

 

그러나 1997년 발생한 외환 위기는 서울시의 지하철 증설 계획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당시 외환 위기로 인해 많은 건설사들이 파산하게 되면서, 3기 지하철 계획 중 대부분의 노선들이 취소되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원래 환승을 목적으로 설계된 승강장들이 유령 승강장으로 남게 되었다. 예를 들어 논현역 유령 승강장은 한동안 사용되지 않다가 신분당선 개통으로 인해 재활용되었고, 현재는 환승역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논현역의 사례는 유령 승강장이 다시금 유용한 공간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유령 승강장의 미래: 문화 공간으로서의 가능성

 

최근 서울의 유령 승강장들은 단순히 방치된 공간이 아니라, 새로운 문화 공간으로 활용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유령 승강장은 그 자체로도 과거의 역사적 사건과 변화의 흔적을 담고 있어 흥미롭지만, 이를 현재의 창의적 콘텐츠와 결합함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이러한 움직임의 일환으로 최근 몇몇 유령 승강장에서 전시회나 이벤트가 열리고 있다. 예를 들어, 영등포시장역의 유령 승강장에서 열린 전시회는 이 공간을 방문한 이들에게 신선한 경험을 제공했으며, 숨겨진 장소에 대한 호기심과 흥미를 자아냈다.

 

유령 승강장을 문화 공간으로 활용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점이 있다. 첫째, 지하철역 내 미사용 공간을 효율적으로 재활용함으로써, 기존의 교통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 둘째, 시민들에게 색다른 문화 경험을 제공하며, 서울이라는 도시의 복잡성과 다양성을 체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셋째, 유령 승강장을 통한 새로운 문화 공간 창출은 대도시 서울이 가진 공간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기여할 수 있으며, 미래에 더욱 다양한 활용 가능성을 보여준다.

 

서울의 유령 승강장은 과거의 역사와 현재의 문화를 잇는 연결점으로서,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품게 한다. 단순히 과거의 사건과 변화의 결과물로 남겨진 공간이 아니라, 창의적이고 긍정적인 미래로의 가능성을 품고 있는 유령 승강장. 이 공간들은 과거의 기억을 간직하면서도, 현대 도시민들에게 새로운 경험과 문화적 자산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앞으로 서울의 유령 승강장이 어떻게 재탄생할지, 그리고 그 변화가 도시의 문화와 생활에 어떤 긍정적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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