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TEST NEWS
2024.10.16 [20:16]
|
2025년 7월 현재, 약 4.9조 달러에 달하는 미국 달러 유동성이 암호자산 생태계에 흡수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미국의 광의통화(M2) 대비 약 25%, 국채 총액 대비 약 14% 수준이다.
암호자산 총 시가총액은 약 3.95조 달러에 달하며, 이 중 스테이블코인은 2,700억 달러, 비트코인 및 이더리움 등 일반 코인은 약 3.68조 달러를 차지한다.
특히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위한 담보 자산으로 보유된 미국 국채와 달러 예금 규모는 약 1.2조 달러로, 이는 민간 비금융기관 기준으로도 이례적인 수치다.
테더(USDT)와 USDC 발행사는 각각 920억 달러, 200~300억 달러 상당의 미국 국채를 보유 중이다. 이러한 흐름은 미국 정부가 공급한 달러 유동성이 전통 금융시장이 아닌 디지털 자산 생태계로 본격 이동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GENIUS Act 디지털 브레턴우즈를 설계하는 법
미국이 이러한 유동성 유출에 대응해 만든 법이 바로 스테이블코인법, 정식 명칭으로는 GENIUS Act다. 이는 단순한 금융 규제가 아닌, 디지털 시대의 브레턴우즈 체제 구축을 위한 전략적 입법이다.
GENIUS 법안의 주된 핵심은 스테이블코인의 발행을 민간에 허용하되,반드시 미국 자산(국채·달러 예금 등)을 1:1로 담보하게 하고,그 유통 및 거래까지 미국의 법적 틀 아래 두며,국외 사용자나 플랫폼까지도 법 적용 대상에 포함시킨다.
즉, 법과 프로토콜을 수출해 디지털 달러 패권을 유지하려는 시도이며, 이는 SWIFT, 뉴욕결제망에 이어 스마트컨트랙트를 활용한 새로운 통화지배 수단이라 할 수 있다.
CBDC 대신 스테이블코인을 택한 미국의 전략
미국이 자국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의 발행에 유보적인 태도를 취하는 반면, 스테이블코인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법적 틀을 제공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CBDC는 정치적 저항이 클 수밖에 없는 반면, 민간이 발행하는 스테이블코인은 ‘시장 기반 혁신’이라는 명분을 얻기 쉽다. 동시에 그 담보가 미국 국채와 달러 예금으로 제한되기 때문에 통화정책과 외환통제 측면에서도 손해가 없다.
‘민간이 만들고, 미국이 통제한다’는 이중구조는 디지털 달러 생태계를 법적으로 편입시키는 새로운 방식이며, 달러 패권의 침묵 속 진화를 보여준다.
화폐전쟁의 본질은 ‘관세전쟁’
전통적인 무역 전쟁이 수출입 제품에 대한 물리적 관세 부과였다면, 디지털 시대의 관세전쟁은 화폐와 결제망, 데이터 흐름에 대한 통제에서 벌어진다. 스테이블코인을 법으로 규제하고, 그것을 담보 자산으로 포섭함으로써 미국은 사실상 ‘디지털 관세’를 부과하는 셈이다.
화폐전쟁의 최대 전장은 이제 관세전쟁으로 옮겨왔다. 글로벌 디지털 자산의 결제 흐름에서 달러가 유일한 기준이 된다면, 각국은 자국 통화의 국제적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 스테이블코인을 통제하는 자가 디지털 시대의 돈줄을 쥐게 되며, 이는 국가 주권의 핵심 중 하나인 통화 주권을 흔드는 결과로 이어진다.
한국의 대응 전략
한국은 이러한 격변 속에서 스스로의 위치를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제안되는 해법이 바로 ‘한국형 디지털 통화 주권 3단계 전략’이 필요하다.
한국은 K-콘텐츠, 소비재, 온라인 교육, 의료관광 등 문화 융합 산업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이들 산업은 자연스럽게 해외 결제 수요를 동반하며, 원화 기반의 디지털 결제 인프라 확대는 한국 경제의 새로운 기축 전략이자 글로벌 주권 확장의 핵심 열쇠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스테이블코인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 원화 결제 생태계는 단순한 기술 발전이 아니라, 금융 시스템의 주도권을 회복하고, 한국의 결제망을 아시아 신흥국과 연동시키는 실질적 외교 수단으로 기능할 수 있다.
민간이 주도적으로 원화 스테이블코인 기반 솔루션을 설계하고, 정부는 이를 외교·통상·기술 전략과 연계해 제도적 기반과 인프라를 뒷받침해야 한다. 이를 통해 동남아시아, 중동, 남미 등 신흥국과의 결제 협력 모델을 정립하고, 원화 결제망의 국제화를 가속화할 수 있다. 결제 API, 글로벌 정산 시스템, 크로스보더 환전 연계망 등 기술 기반도 동시에 확보해야 한다.
민관 공동 실행 거버넌스, 관료주의를 넘어서야
디지털 원화의 국제화 전략은 기술보다 ‘실행 구조’가 더 중요하다. 과거 중앙은행, 금융위원회, 유관 협회 중심의 이해조율형 위원회는 의사결정이 느리고 실행력이 떨어지는 구조적 한계를 드러냈다.
관료 중심의 기득권 구조, 자리 나눠먹기식 위원회는 기술 혁신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고, ‘파일럿 실패’만 반복했다.
이제는 실행력과 기술 이해도, 국제 협상력을 갖춘 실전형 전문가 중심의 민관 통합 거버넌스가 요구된다.
‘K-디지털 원화 국제화 추진위원회(가칭)’는 시중은행과 핀테크 기업이 실무를 주도하고, 블록체인 및 결제기술 스타트업이 인프라를 설계하며, 외교부·기재부·한은의 신임 실무 관료들이 국가 간 제도 설계를 지원하는 형태가 돼야 한다. 데이터·AI 전문가, 공익 법률·회계 전문가도 포함되며, 기존 협회장, 단체장 등은 원칙적으로 배제해야 한다. 진정한 실행조직이 되기 위해선 낡은 질서를 과감히 걷어내야 한다.
국내 시범 실시, 기술과 제도의 시험장이자 출발선
디지털 통화는 글로벌 유통을 목표로 하지만, 시범사업은 반드시 국내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한국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디지털 금융 환경을 보유하고 있으며, API 연동, 환매 시스템, 탈중앙형 감시 체계 등 기술 실증을 빠르게 수행할 수 있는 실험장이 존재한다.
과세, AML, KYC 등 복잡한 제도적 요소들도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효율적으로 테스트할 수 있다.
무엇보다 신한·하나·우리·카카·두나무·등 국내 디지털 금융·블록체인 생태계는 시범 사업을 바로 실현 가능한 수준으로 끌어올려 줄 수 있다.
즉 은행과 디지털자산거래소등이 산업별로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설계하고 나눠서 스테이블코인을 설계하는 것이 필요하다.
국내에서 먼저 성공 사례를 축적하고,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 파트너에게 신뢰를 구축하는 방식이 가장 현실적이다. 디지털 원화 국제화 전략은 관료주의가 아닌 민간의 주도력에 달려 있으며, 정부는 이를 뒷받침하는 전략 파트너로 기능해야 한다.
핵심은 기술이 아니라 실천, 타협이 아니라 구조의 재설계다. 민관 공동 실천 거버넌스가 곧 한국의 디지털 통화 주권을 좌우할 것이다.
디지털 패권 전쟁, 이제는 금융의 전면전
미국은 GENIUS 법으로 디지털 자산 생태계를 포섭해 디지털 달러 제국을 건설 중이며, 중국은 중앙통제 기반의 디지털 위안화를 무역 네트워크에 확산시키고 있다.
유럽은 MiCA 법을 앞세워 규제 주도권을 강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디지털 원화 전략을 실행하지 못한다면, 디지털 달러와 디지털 위안 사이에 끼인 채 실물경제·금융정책·무역거래에서 점점 주도권을 상실할 것이다.
21세기 화폐전쟁의 본질은 더 이상 지폐나 금리가 아니다.
법과 프로토콜, 스마트컨트랙트와 담보자산이 전장을 구성한다. 이 전장에서 뒤처진 국가는 곧 자본의 주권, 산업의 기축, 통화의 신뢰를 모두 잃게 된다.
법은 무기가 되고, 스테이블코인은 전장이다
미국은 GENIUS Act를 통해 법이라는 무기를 들었고, 스테이블코인을 디지털 제국의 근간으로 만들었다. 반면 한국은 아직도 CBDC 논쟁에 머물러 있으며, 디지털 원화의 국제화를 위한 실행 전략이 없다.
이제는 전략이 필요할 때다. 디지털 화폐를 발행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누가 그것을 규정하고, 누구의 결제망을 통해 유통시키는가’다.
글로벌 결제 네트워크와 금융 인프라의 패권을 누가 장악하느냐에 따라, 다음 세기의 경제 질서가 재편될 것이다. <저작권자 ⓒ 월간 기후변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