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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의 파도, 영국과 스발바르를 덮치다

-폭염과 홍수의 섬, 영국
-얼음이 사라지는 북극의 경고
-대서양이 전하는 지구의 운명

전용현 기자 | 기사입력 2025/08/27 [10:24]

기후변화의 파도, 영국과 스발바르를 덮치다

-폭염과 홍수의 섬, 영국
-얼음이 사라지는 북극의 경고
-대서양이 전하는 지구의 운명

전용현 기자 | 입력 : 2025/08/27 [10:24]

영국은 이미 기후변화의 충격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있다. 런던과 잉글랜드 남동부는 과거에는 상상하기 힘들었던 폭염을 겪고 있으며, 2022년 여름 기온은 40도를 넘어 역사상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는 단순한 숫자의 변화가 아니라, 도시의 생활과 인간의 건강을 위협하는 비극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2022년 폭염으로 인한 초과 사망자는 3천 명을 넘어섰고, 전문가들은 앞으로 폭염으로 인한 사망률이 현재의 여섯 배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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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 템즈강이 넘치는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    

 

폭염만이 아니라, 폭우와 홍수도 영국을 괴롭히고 있다. 가을과 겨울철 강수량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홍수 피해가 잦아지고 있으며, 영국 전역에서 도로와 주택이 물에 잠기는 장면은 이제 낯설지 않다.

 

기후 과학자들은 지난 10년간의 데이터를 분석해, 이러한 극단적 기후현상이 기후변화로 인해 10배 이상 더 가능성이 커졌고, 그 강도 또한 20% 가까이 강해졌다고 경고한다.

 

해수면 상승 역시 영국의 해안선을 위협하고 있다. 1900년부터 2022년까지 해수면은 16.5cm 이상 올랐으며, 상승 속도는 최근 수십 년 동안 두 배 이상 빨라졌다. 현재 추세라면 2050년까지 잉글랜드 해안선의 3분의 1이 잠기고, 20만 가구 이상의 주택이 위기에 놓일 수 있다.

 

특히 해안 저지대의 마을과 도시 인프라가 직접적인 위험을 받고 있으며, 국토의 구조적 변화를 요구하는 수준으로 사태가 심각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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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발바르 빙하가 녹고 지표면 면적이 늘어나고 있다.    

 

대서양도 변화의 한가운데에 있다. 해양 온난화, 산성화, 저산소화라는 세 가지 치명적 요소가 해양 생태계를 흔들고 있다. 이는 어류의 분포, 플랑크톤의 생존, 고래와 돌고래 같은 해양 포유류의 이동 패턴까지 변화시키며, 이미 어업과 식량 안보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

 

북대서양의 심장이라 불리는 아틀란틱 메리디얼 오버터닝 순환(AMOC)은 붕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올 정도로 취약해졌다. 일부 연구에서는 보조 순환이 존재해 완전 붕괴를 막을 수 있다고 하지만, 기후변화가 이 시스템에 미치는 압력은 결코 가볍지 않다.

 

한편 북극의 스발바르는 지구 온난화의 최전선이다. 지난 40년 동안 스발바르의 평균 기온은 약 4도나 상승했고, 특히 겨울철은 무려 7도가 올랐다.

 

이는 지구 평균 온난화 속도의 7배 이상 빠른 변화다. 2025년 2월, 스발바르에서는 절반 이상의 날이 영상으로 기록되며 ‘겨울 해빙’이라는 이례적인 현상이 나타났다. 한겨울임에도 눈이 녹고 빙하가 물을 토해내는 모습은 북극의 구조적 변화를 보여주는 상징이었다.

 

스발바르의 빙하는 매년 8기가톤 이상 줄어들고 있으며, 금세기 안에 절반 이상이 사라질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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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발바르 제도의 부동산을 둘러싼 국제적 관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2024년 7월, 중국 기업이 스발바르의 부동산을 매입하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노르웨이 정부는 국가 안보를 이유로 이를 저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빙하의 소멸은 단순한 빙산의 축소가 아니라, 반사율 감소로 인한 추가 온난화, 해수 상승, 해양 생태계 붕괴를 불러오는 연쇄 반응을 의미한다. 특히 이 지역에서 진행되는 아틀란틱화(Atlantification)는 대서양의 따뜻하고 염분이 높은 수괴가 북쪽으로 확산되면서 빙하와 해빙의 후퇴를 가속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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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발바르 제도는 최근 기후 변화로 인한 빙하 감소와 지정학적 긴장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2024년 11월 6일, 스발바르의 빙하가 지난 세기 동안 급격히 줄어든 모습을 담은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생태계 역시 빠르게 바뀌고 있다. 고등어, 청어, 대구 같은 남쪽의 물고기들이 스발바르의 피오르드에 나타나고, 푼핀 같은 바닷새들은 먹이의 종류를 바꾸었다. 반대로 해빙에 의존해 번식하는 바다표범과 북극곰은 서식지를 잃어가며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스발바르 순록처럼 일부 종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며 개체수가 늘어나기도 하지만, 이는 기후위기의 전체적인 심각성을 가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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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극항로 개척은 기후위기의 아이러니다.    

 

인간의 생활도 크게 흔들리고 있다. 스발바르의 영구동토층은 매 10년마다 0.8도씩 온도가 올라 해빙되고 있으며, 이는 건물, 도로, 공항 같은 기반 시설의 안정성을 근본적으로 뒤흔들고 있다. 나무로 지어진 역사적 건물들은 습기와 곰팡이에 노출돼 빠르게 부패하고 있으며, 인류가 남긴 문화유산조차 지켜내기 어렵다는 비극적 현실이 다가오고 있다.

 

영국과 스발바르, 그리고 대서양은 서로 멀리 떨어져 있지만, 그 변화의 본질은 하나다. 폭염과 홍수, 빙하의 붕괴와 해수면 상승은 모두 같은 원인에서 비롯된 지구적 위기의 다른 얼굴이다. 기후변화는 더 이상 미래의 가능성이 아니라, 현재 우리 삶을 직접 위협하는 현실이다.

 

지금 우리가 이 파도를 막지 못한다면, 영국의 침수 도로와 스발바르의 녹아내린 빙하는 곧 전 세계의 일상이 될 것이다. 기후변화는 국경을 가리지 않는다. 영국의 여름과 북극의 겨울이 동시에 무너지는 지금, 인류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우리가 기후위기에 맞서 결단하지 않는다면, 대서양의 파도는 결국 지구 전체를 삼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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