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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남극이 무너지고, ....남미가 불타고 있다.

-지구 남단에서 시작된 기후붕괴의 경고음

-해빙은 녹고, 아마존은 불타며, 바다는 숨이 막혀간다

-남극의 메탄 누출과 남미의 산불은 같은 이야기다

-이제 남쪽이 무너지면, 북쪽의 시간도 남지 않는다

전용현 기자 | 기사입력 2025/10/16 [10:50]

[기후위기] 남극이 무너지고, ....남미가 불타고 있다.

-지구 남단에서 시작된 기후붕괴의 경고음

-해빙은 녹고, 아마존은 불타며, 바다는 숨이 막혀간다

-남극의 메탄 누출과 남미의 산불은 같은 이야기다

-이제 남쪽이 무너지면, 북쪽의 시간도 남지 않는다

전용현 기자 | 입력 : 2025/10/16 [10:50]

남반구의 두 대륙, 남아메리카와 남극이 동시에 비명을 지르고 있다. 지구의 허파와 방패라 불리던 두 지역이 한꺼번에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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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년 8월 남미 대륙 아마존강 일대의 산불 발생 현황.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인공위성에서 반복적으로 수집한 자료들을 모아 하나의 이미지로 구성했다.    

 

남미 전역에서는 대형 산불과 극한 폭우가 번갈아 발생하며 대륙의 생태계를 파괴하고, 남극은 인간의 탄소 배출에 의해 해빙이 녹아내리며 바다 밑에서 메탄이 새어 나오고 있다.

 

2025년 들어 세계기상기구(WMO)와 각국 연구기관이 잇달아 경고한 이 현상은 단순한 지역적 이상기후가 아니라, 지구 시스템 전체의 구조적 붕괴를 알리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남아메리카에서는 불과 물이 뒤섞인 재앙이, 남극에서는 얼음과 바람이 무너진다. 모든 방향에서 균형이 깨지고 있으며, 그 파괴의 무게는 인간의 일상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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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존의 산불은 기후위기 가속단계로 가고 있다(사진=픽사베이)    

 

남아메리카 대륙에서는 이미 몇 해 전부터 기후위기의 속도가 ‘가속’ 단계로 접어들었다. 브라질, 볼리비아, 파라과이, 아르헨티나를 잇는 대평원과 숲에서는 올해에만 34만 건이 넘는 산불이 감지되었다.

 

판타날 습지와 아마존 열대우림의 일부는 연기로 덮여 낮에도 태양이 보이지 않을 정도다. 유엔 산하 연구진은 “2025년의 남미 산불은 단순한 자연발화가 아니라, 인간이 만든 기후환경이 스스로 불을 붙인 것”이라고 평가했다.

 

기온 상승과 건조한 바람, 농지 개간과 불법 벌목이 결합하면서 ‘자연의 방화선’이 사라졌다는 분석이다. 불은 숲을 태우고, 숲의 사라짐은 다시 온실가스를 방출해 불길을 키운다.

 

이런 순환이 반복되며 남미의 공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지난해보다 약 9% 증가했다. 세계적 기후학자들은 “지금 남미는 불타는 탄소의 순환 고리에 갇혔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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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발로 망가져 가는 아마존강 홍수로 넘처나고 있다. 

 

홍수와 가뭄의 양극단도 동시에 닥쳤다.

 

콜롬비아, 베네수엘라, 페루, 칠레 일대에서는 폭우로 인한 산사태가 빈발하고, 며칠 새 도시 하나가 흙더미에 묻히는 일도 벌어졌다. 반면 아르헨티나 북부와 파라과이 내륙은 극심한 가뭄으로 식수난을 겪는다.

 

라니냐와 엘니뇨가 번갈아 나타나는 비정상적인 해류 변화로 인해 우기와 건기의 경계가 사라졌다. “예측 불가능한 계절이 가장 큰 재앙”이라는 현지 농민들의 호소는, 단지 농업의 위기가 아니라 삶 전체가 흔들리는 현실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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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존의 영양이 부족한 흙에서 작물을 재배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수천 년 된 전통에서 브라질의 토착 Kuikuro 사람들은 화산재, 음식물 찌꺼기 및 통제 된 화상으로 비옥 한 토양을 만들어이 문제를 극복합니다.모건 슈미트    

 

농업 기반이 붕괴되면서 수백만 명이 일자리를 잃고, 아이들의 영양실조율은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유니세프는 2030년까지 최소 590만 명의 남미 아동이 기후로 인한 빈곤에 추가로 빠질 것이라 경고했다.

 

아마존의 붕괴는 단순한 지역 문제가 아니다. 전 세계 탄소순환의 10% 이상을 담당하는 이 거대한 생태계는 이제 흡수원이 아니라 배출원으로 바뀌고 있다.

 

매년 여름이면 1만㎢ 이상의 숲이 불타고, 남은 토양은 바람에 쓸려 바다로 흘러간다. 남미 각국 정부는 재생에너지 확대, 산림복원 프로그램을 내세우지만, 정치적 불안과 경제 위기가 발목을 잡는다.

 

국제금융기구들은 남미를 ‘기후변화의 최전선이자 실험장’이라 부른다. 그러나 정작 그 실험의 대가는 주민들이 치르고 있다. 브라질 북부의 마을에서 불길을 피해 탈출한 한 여인은 “이제 비도 불도 모두 두렵다”고 말했다. 기후의 양극단이 인간의 정서를 무너뜨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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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1년에서 2007년 사이의 남극 표면 빙층 온도 추세는 일련의 NOAA 위성 센서에 의한 열적외선 관측을 기반으로 합니다.    

 

그 남쪽, 지구의 끝에서는 또 다른 비극이 시작되고 있다. 남극은 지난 2년 동안 연속으로 겨울철 해빙 면적이 위성 관측 이래 세 번째로 작아졌다. 2025년의 남극은, 얼음이 줄어드는 속도가 인류의 예측을 앞질렀다.

 

호주 남극청과 미국 워싱턴대 공동 연구팀은 “남극의 변화는 더 이상 점진적이지 않다. 이미 ‘급격한 변화(abrupt change)’ 단계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남극의 바람 패턴이 변하면서, 따뜻한 북풍이 서남극 빙상 아래로 파고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로 인해 빙상 붕괴가 가속화되고, 얼음이 녹으며 바다의 염분과 온도를 바꾸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해류의 순환 속도마저 바꿀 수 있다. ‘지구의 허리띠’라 불리는 남극 순환류가 느려지면, 바다가 열을 흡수하고 순환시키는 능력이 급감해 전 세계 기후에 연쇄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학계는 “지구의 심장박동이 느려지는 것과 같다”고 비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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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보고 과학기지가 완공되기까지의 전 과정과 기지를 지키는 사람, 그리고 남극의 원시 자연을 담은 MBC 스페셜 ‘7년의 기록, 지금 남극에서는’은 27일(월) 밤 11시 10분에 방송했다. (사진 MBC화면)    

 

더 심각한 것은 바다 밑에서 일어나고 있다. 로스해 인근 해저에서는 수천만 년 동안 잠들어 있던 메탄이 새어나오고 있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84배 강력한 온실가스다. 과학자들은 이 현상이 해저의 온난화와 관련이 있으며, 한 번 대량 방출되면 인류가 제어할 방법이 없다고 경고한다.

 

‘기후의 도미노’가 실제로 쓰러지고 있다는 뜻이다. 메탄이 방출되면 기온은 오르고, 그로 인해 해빙이 더 녹으며 또 다른 메탄이 터져 나온다. 남극은 지금 거대한 피드백 고리 안에서 스스로를 가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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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극대륙(Antartica)과 남극해(Southern Ocean) 및 남태평양(South Pacific Ocean), 남인도양(South Indian Ocean), 그리고 남대서양(south atlantic ocean: 지도 윗부분)의 분포도. 왼쪽 위 땅끝은 남미대륙    

 

남극의 생태계 역시 조용히 붕괴되고 있다. 크릴 어획량이 폭증하면서 2024~25 시즌 남극 크릴 어업이 사상 처음으로 조기 폐쇄됐다.

 

크릴은 펭귄, 고래, 물개 등 남극 생태계의 핵심 먹이 사슬을 지탱하는 존재이자, 지구 탄소를 흡수하는 중요한 생물학적 펌프 역할을 한다.

 

그러나 남극의 바다가 따뜻해지면서 크릴 서식지가 줄어들고, 포식자들이 먹이를 찾아 북상하고 있다.

 

황제펭귄 개체수는 위성 이미지 분석 결과 지난 15년 동안 약 22% 감소했다. 펭귄들이 더 이상 알을 낳을 해빙을 찾지 못하고, 어린 새들은 바다에 뛰어들기 전에 얼음이 녹아버리는 것이다. 남극의 빙붕과 함께 그들의 세대도 끊기고 있다.

 

이제 과학자들은 남극의 변화를 단순한 ‘빙하 감소’가 아니라 ‘체계 붕괴’로 정의한다. 얼음이 줄면 바다의 색이 변하고, 색이 변하면 태양의 복사열 흡수율이 바뀐다.

 

해빙이 줄면 해류가 느려지고, 해류의 변화는 남반구의 폭풍 경로를 바꾼다. 그 폭풍은 다시 남미의 대기를 건조하게 만들어 산불을 키운다. 이렇게 남극의 얼음과 남미의 불길은 하나의 사슬로 연결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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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음으로 뒤덮인 남극대륙과 남극해의 인공위성 합성사진(왼쪽) 및 얼음층 아래의 지각 분포를 조사해 대륙과 바다의 얼음을 벗겨내고 땅덩어리만을 새롭게 그린 지도. 오른쪽 지도에서 오른쪽 윗부분 대륙 본토만해도 호주대륙보다도 넓으며, 섬들을 포함한 육지 면적은 1,40    

 

남아메리카와 남극이 보내는 경고는 명확하다. “남쪽이 무너지면 북쪽의 시간도 남지 않는다.” 남극의 붕괴는 해수면 상승과 해양 순환 변화를 통해 전 지구의 기후를 재편하고, 남미의 붕괴는 인류 생태계의 숨통을 끊는다.

 

불과 얼음, 물과 바람의 균형이 깨진 지구에서 인간은 더 이상 관찰자가 아니다. 기후위기는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남쪽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재진행형의 현실이다.

 

남극의 메탄이 하늘로 솟구치고, 아마존의 나무가 불타오를 때, 그 연기는 국경을 모른다. 과학자들의 논문이 아니라, 하늘의 색이, 바다의 냄새가 이미 우리에게 그 사실을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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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극 빙하가 녹아 유빙으로 흘러다니고 있는 남극상황    

 

 

이제 남극의 얼음이 마지막으로 남은 거울이 되었다. 그 거울 속에는 인간이 만든 문명과 욕망, 그리고 무관심이 비친다.

 

남아메리카의 불길과 남극의 빙하 사이에서 인류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이 거울은 반짝이는 빛으로 남을 수도, 녹아내린 물결 속 기억으로 사라질 수도 있다. 남극의 바람이 마지막으로 전하는 메시지는 간결하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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