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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16 [20:16]
서유석 회장의 연임 도전, 금투협이 잃고...‘연임’이 아니라 ‘책임’으로 평가받을 때후보자추천위 앞두고 사장단 동행 출장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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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 |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의 연임 도전이 공식화되기도 전에 잡음이 커지고 있다. 추석 연휴 직후 증권사 사장단과 함께 떠난 해외 출장 일정이 내부 블라인드 게시판을 통해 공개되면서 “사전 선거운동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업계에서는 “후보자추천위원회 구성을 앞두고 투표권을 가진 CEO들과의 공동 출장이라면 공정성 논란은 피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왔다.
특히 다음 달 공식 선거운동 기간에도 두 차례의 해외 일정이 예정돼 있다는 점이 알려지며, 협회 내부에서는 “직무 수행과 선거운동의 경계가 무너졌다”는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이번 사안의 본질은 단순한 출장 여부가 아니다. 금융투자협회라는 조직의 ‘공공성’과 ‘신뢰’의 문제다. 협회는 이름 그대로 업계 전체를 대표하는 단체다.
회원사 간의 이해를 조정하고, 자본시장 발전을 위한 방향을 제시해야 할 위치에 있다.
그런데 현직 회장이 임기 중 연임을 추진하면서 회원사 대표들과의 접촉을 지속한다면, 그것이 설령 공식 일정이라 하더라도 ‘선거운동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제도적 허점이 있다면, 그것을 악용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리더십의 기본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협회 내부의 규정 미비다. 금투협은 그동안 회장 연임 선례가 없었기에 선거운동과 직무를 구분하는 내부 규정 자체가 마련되지 않았다.
이는 곧 ‘제도의 공백’이 아니라 ‘책임의 부재’를 드러낸다. 제도가 없어서가 아니라, 만들어야 할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했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시장의 신뢰를 얻으려면 법 조항보다 앞서야 할 것은 리더의 윤리적 감수성이다.
금투협은 지난해까지도 주요 현안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며 ‘존재감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금융소비자 보호, 자본시장 투명성, 디지털 전환 등 굵직한 의제에서 협회의 역할은 미미했다.
그 결과, 업계는 “금투협이 무얼 했는지 모르겠다”는 냉소를 보냈다. 이런 상황에서 현직 회장의 연임 도전은 ‘성과’보다는 ‘자리를 지키려는 의지’로 해석되기 쉽다. 신뢰가 약한 조직에서 연임은 곧 ‘기득권의 자기 연장’으로 비춰질 위험이 있다.
협회장 선거는 단지 개인의 경력 경쟁이 아니다. 그것은 금융투자업계 전체의 윤리와 거버넌스를 상징하는 절차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서 회장의 ‘연임 여부’가 아니라, 금투협이 ‘스스로를 어떻게 관리할 수 있는가’에 대한 자성이다. 투명한 규정, 명확한 기준, 그리고 무엇보다 ‘정치적 거리두기’를 통해 신뢰를 복원해야 한다. 공정한 경쟁이 보장되지 않는 선거는 승패를 가리지 않아도 이미 패배한 것이다.
이제 서유석 회장에게 남은 선택지는 단순하다.
연임의 명분을 쌓을 것인가, 아니면 업계의 신뢰를 회복할 것인가. 두 길을 동시에 갈 수는 없다. 금융투자협회의 수장은 개인의 명함이 아니라 산업의 품격을 대표한다. 그가 어느 쪽을 선택하느냐가, 이번 논란의 결말을 결정지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