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온난화가 가장 빠르게 진행되는 지역 중 하나가 중앙아시아와 몽골이다. 평균기온은 이미 지구 평균보다 두 배 이상 상승했고, 건조화와 사막화, 빙하 후퇴, 초지 황폐화가 생태계와 인간의 삶을 뒤흔들고 있다.

 

중앙아시아 5개국—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은 탄소 배출은 적지만 피해는 가장 크다. 강수량은 줄고 증발은 늘었으며, 관개농업 중심의 경제 구조는 물 부족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다.

 

여름철 하천 유량이 감소하자 농업 생산성이 급락했고, 가뭄과 폭염이 반복되며 주민들의 생존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

▲ 사진=몽고지역의 시대별 변화

 

물과 땅이 사라지는 대륙

 

사막화는 중앙아시아의 일상이 됐다. 토양이 갈라지고 식생이 사라지면서 바람이 불 때마다 먼지폭풍이 몰아친다.

 

초지의 붕괴는 가축 생계 기반을 무너뜨리고, 농경지 황폐화는 주민들의 도시 이주를 촉발한다. 세계은행과 IMF는 중앙아시아의 기후재해로 GDP의 5% 이상이 상시적으로 손실된다고 분석했다.

 

폭염, 홍수, 산사태 등 극단적 기상현상은 잦아지고 복구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강을 공유하는 나라들 사이에서는 물을 둘러싼 분쟁이 심화되고, 수자원이 외교와 안보의 핵심 변수가 됐다. 물은 이제 이 지역의 가장 큰 무기이자 약점이다.

 

몽골, 초원의 나라의 붕괴

 

몽골은 그중에서도 기후위기의 최전선에 서 있다. 지난 수십 년간 평균기온은 2도 이상 상승하며 세계 평균을 훌쩍 넘었다.

 

여름의 가뭄과 겨울의 ‘즈드(zud)’가 교차하며 목축민의 생존을 무너뜨리고 있다. 즈드는 극심한 한파와 폭설로 가축이 먹이를 구하지 못해 대량 폐사하는 현상으로, 2023~2024년 즈드로 수백만 마리의 가축이 죽었다.

 

많은 유목민들은 삶의 터전을 잃고 울란바토르로 향했고, 도시는 급속히 팽창했다. 하지만 게르(전통 천막 주거지) 지역은 석탄 난방에 의존해 대기오염이 심각해졌고, 도시와 농촌의 불균형은 더 심화됐다.

▲ 몽고의 징기스칸 초상화

 

악순환에 갇힌 초원과 도시

 

기후위기의 피해는 인간의 대응 속에서 되풀이된다. 목축민들은 가뭄 피해를 만회하려 가축 수를 늘리지만 초지는 과방목으로 황폐화된다.

 

 

도시 이주는 다시 석탄 연료 사용을 증가시켜 오염을 악화시키고, 동토 해빙은 기반 시설 붕괴와 추가 온실가스 배출을 일으킨다.

 

이러한 악순환은 기후위기가 자연 현상에 그치지 않고 사회·경제 시스템을 붕괴시키는 단계로 진입했음을 보여준다. 농촌의 붕괴와 도시 과밀화, 빈곤층 증가, 보건 악화가 서로 연결되며 몽골 사회는 점점 더 불안정해지고 있다.

▲ 중국 북서부와 중앙아시아 여러 나라 사이에 떡하니 버티고 있는 톈산(천산天山)산맥의 위용. 세계기상기구(WMO)는 기후변화에 따른 아시아 지역의 기후 위기를 분석하면서, 구체적으로 톈산산맥 동쪽 ‘우루무치제1빙하’는 1959년 관측 이래 두 번째로 많은 얼음 소실이 되고 있다.

 

생존을 위한 협력과 전환

 

 

중앙아시아와 몽골은 더 이상 기후변화의 관찰자가 아니라 생존을 건 대응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각국은 하천과 저수지를 공동 관리하고, 가뭄 조기경보 시스템과 생태 복원 프로젝트를 확대해야 한다.

 

물 절약형 농업기술, 내건성 작물 보급, 태양광·풍력 확대는 기후적응의 핵심이다. 특히 주민 주도형 생태복원과 국제 협력의 결합이 필요하다.

 

지역 공동체가 주체가 되는 기후 적응은 단순한 환경 대응을 넘어 새로운 경제·사회 구조의 전환을 의미한다. 중앙아시아와 몽골의 기후위기는 국경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 전체의 미래를 비추는 거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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