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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16 [20:16]
[기후위기] 북극의 붕괴, 개발의 역설 - 캐나다·그린란드·알래스카를 덮친 트럼프의 에너지 야망자원 탐사의 열기 속에 무너지는 빙하의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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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는 파리기후협약 탈퇴를 공식화 하고 있다. |
도널드 트럼프가 재집권하며 내건 ‘에너지 부흥’ 공약은 북극권의 기후와 생태계를 뿌리째 흔들고 있다.
알래스카·그린란드·캐나다 북부를 중심으로 진행될 대규모 유전 개발과 광물 채굴, 보호구역 해제 조치들은 단기적 경기 부양 효과를 노리지만, 북극의 균형을 무너뜨릴 치명적 파장을 예고한다.
특히 해빙이 가속화되고 동토층이 녹아내리는 현상은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라, 인류의 생존 조건 자체를 위협하는 경고로 읽힌다.
트럼프는 취임 첫날부터 에너지 긴급명령을 발동하며 “미국의 자원을 되찾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알래스카 북부의 야생보호구역(ANWR)을 유전 탐사 구역으로 전환하고, 화석연료 규제 완화를 약속했다.
![]() ▲ 화석연료 과다사용에 따른 지구온난화의 결과로 북극 바다 얼음이 차츰 녹아 북극해의 얼음이 대부분 사라지면서 본래 은백색이어야 할 북극해 일대가 푸른 바다로 변한 모습의 개념도. 왼쪽 아래 온통 얼음으로 뒤덮인 땅이 세계 최대의 섬 그린란드 |
보호 지역이었던 북극권은 이제 시추기와 도로망, 항만이 들어설 ‘산업지대’로 바뀔 위기에 처했다. 전문가들은 “빙하 밑에 숨은 석유보다 더 위험한 것은, 그 얼음이 사라질 때 풀려날 메탄가스”라고 경고한다. 얼음이 녹으며 방출되는 메탄은 온실가스 중에서도 이산화탄소보다 80배 이상 강력한 온난화 효과를 낳는다.
트럼프의 북극 개발 전략은 미국을 넘어선다. 그는 캐나다 북부와 그린란드를 ‘미국의 확장된 전략 자산’으로 바라보며, 협력 또는 실질적 지배 구도를 암시하는 발언을 반복해왔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이지만, 미국은 이미 군사적·경제적 기반 확대를 추진 중이다. 트럼프는 “그린란드는 미국의 52번째 주가 될 수 있다”고 언급하며 자원 확보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북극의 얼음이 녹으며 드러난 희토류와 리튬, 니켈 자원은 반도체·배터리 산업의 핵심 소재로, 중국이 장악한 글로벌 공급망에 맞서는 전략 카드로 주목받는다.
그러나 이러한 ‘기회’는 기후 위기의 폭탄을 품고 있다. 캐나다 북부의 보레알 숲은 과거 강력한 탄소 흡수원으로 작용했지만, 최근 잇따른 대형 산불과 병충해로 탄소 배출지로 변하고 있다.
북극의 온도는 지구 평균보다 4배 빠르게 상승하고 있으며, 2040년 이전에 여름철 완전한 해빙이 예측된다. 그린란드의 빙하 손실 속도는 1990년대의 7배를 넘어섰고, 이는 해수면 상승과 기후 패턴 왜곡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알래스카는 트럼프 공약의 실험장이자 최대 피해지역이다. 보호구역이 해제되며 시추와 벌목이 허용되고, 원주민 마을은 이미 해안 침식과 동토층 붕괴로 삶의 터전을 잃어가고 있다.
식량 기반이 무너지고, 수산자원 감소와 인프라 파괴가 겹치며 지역사회는 생존을 위협받는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지역 개발을 통한 경제 재건”으로 포장하며 밀어붙이고 있다. 북극권에서 벌어지는 ‘개발 대 환경’의 대결은, 결국 기후 정의와 생존권의 문제로 귀결되고 있다.
![]() ▲ 그린란드의 빙붕(氷棚 : Ice Shelf). 남극대륙이나 그린란드처럼 평평하고 광대한 지역에 발달한 얼음 평원인 빙상(氷床 : Ice Sheet)은 스스로의 무게로 인하여 바다로 밀려들어 빙붕 상태로 떠 있다가 결국은 이리저리 쪼개져 녹으면서 바닷물에 섞이게 된다. |
트럼프의 북극 개발 구상은 지정학적 의미도 크다. 러시아와 중국이 북극항로와 자원 경쟁에 가세하면서, 미국은 북극을 새로운 패권의 최전선으로 설정했다.
캐나다와의 군사 협력 강화, 그린란드의 항공·해상 기지 확충은 단순한 경제 프로젝트를 넘어 안보 구도의 재편을 예고한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은 지역의 생태 파괴와 원주민 권리 침해, 국제 분쟁을 동반할 가능성이 높다. 유엔 환경기구(UNEP)는 “북극의 무분별한 개발은 인류가 더는 되돌릴 수 없는 기후전선의 붕괴를 초래할 것”이라 경고했다.
결국, 트럼프의 공약은 ‘에너지 독립’과 ‘지구 의존’ 사이의 아이러니를 드러낸다. 미국은 당장의 유가 안정과 일자리 창출을 얻을지 몰라도, 북극의 해빙과 기후 붕괴는 전 지구적 재앙으로 돌아올 것이다.
캐나다와 그린란드는 자원 확보를 둘러싼 강대국의 각축장이 되었고, 알래스카는 개발의 최전선에서 녹아내리고 있다.
빙하가 사라지는 속도는 정치의 속도보다 빠르고, 그 피해는 세대를 넘어 이어질 것이다. 이제 인류는 북극에서 묻는다 — 우리는 무엇을 얻기 위해, 무엇을 잃으려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