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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16 [20:16]
재판소원 논의, 사법 신뢰 상실의 자화상대법관 증원, ‘균형’보다 ‘불신’이 만든 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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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병주 의원 대법원 앞 조희대대법원장 퇴진 1인시위(사진=김병주 의원실) |
이 불신이 얼마나 깊은지를 보여주는 상징이 바로 ‘재판소원’ 논의다. 대법원의 확정 판결조차 헌법재판소가 위헌 여부를 다시 판단해야 한다는 제도적 발상은, 이미 사법부 스스로의 신뢰를 잃었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백혜련 사개특위 위원장은 “정권에 따라 대법관 임명 권한이 편중되지 않도록 균형 있게 설계했다”고 강조했지만, 이 제도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논리 자체가 사법부 독립의 위기를 드러낸다.
대법관 증원, 판결문 공개, 법관평가제 등 세부 개혁 항목보다 더 중요한 것은 ‘왜 이런 개혁이 필요한가’다.
국민이 법원을 신뢰했다면 이런 논의가 애초에 등장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지금의 개혁안은 사법부의 구조적 불신을 제도적으로 보정하려는 시도이며, 이는 사법부가 자정 능력을 상실했음을 보여준다.
정청래 대표가 “법원도 헌법 아래 있는 기관”이라며 재판소원 도입의 정당성을 주장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헌법이 국민의 권리를 보장하는 최종적 틀이라면, 법원의 판결 역시 그 안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 주장은 단순히 제도의 문제를 넘어선다. 그것은 사법부의 판단이 더 이상 국민에게 ‘최종적 정의’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사회적 선언이다. 국민은 법의 절차보다 그 뒤에 숨은 권력과 이해관계를 먼저 의심한다.
그래서 재판소원은 단순한 제도 개혁이 아니라, ‘사법부 불신 시대’의 불가피한 귀결로 읽힌다.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서도 이런 흐름은 그대로 드러났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파기환송이 유례없이 빨랐다고 비판했고, 국민의힘은 “사법 독립 침해”라며 맞섰다.
법정이 진실을 밝히는 공간이 아니라 정치 대결의 연장선이 된 것이다.
여야가 법을 무기로 서로를 공격하고, 사법부는 그 한가운데서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결국 재판소원 논의는 국민의 법 감정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경고음이다.
‘4심제’라는 비판이 따르더라도, 국민이 다시 한번 판결을 묻고 싶어 하는 현실은 부정할 수 없다.
그것은 정치가 만든 분열이 아니라, 법이 잃어버린 정의의 자리에서 비롯된 사회적 절규다. 사법부가 스스로의 권위를 지키려면, 먼저 그 권위가 어디서 비롯되는지를 돌아봐야 한다.
판결문이 아니라 국민의 신뢰에서 법의 존엄이 시작된다는 단순한 사실을 잊은 채, 헌법 위에 군림하려는 사법부의 태도야말로 지금 재판소원이 논의되는 근본 이유다.